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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발랄함과 발칙함에 속지 않을 것

마이클 루이스의 책 ‘고잉 인피니트’를 읽고 쓴 글

2025.01.18

새해 두 번째 책으로 ‘고잉 인피니트’를 읽었다. 세계 3대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로 지금은 사기죄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가있는 샘 뱅크먼-프리드의 이야기다.

독특한 외양과 특이한 언행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 그러나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에는 익숙치 않아 기행을 일삼는 젊은 천재 투자자이자 창업가. 직접 자선 활동에 뛰어드는 것보다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선행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믿는 효율적 이타주의자. (여담이지만 책 속에서 샘 뱅크먼-프리드를 효율적 이타주의로 인도한 윌리엄 맥어스킬은 예전에 읽었던 책 ‘냉정한 이타주의자’의 저자이기도 하다 허허.)

이런 그의 이야기를 ‘머니볼’과 ‘빅쇼트’를 쓴 마이클 루이스가 다뤘으니, 안 읽고 배겨?

책을 다 읽고 덮으며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암호화폐와 가상자산 시장과 아주 멀리 있지 않았고, 유동성이 풍부하던 시기에 스타트업에서 일하다보니 비슷한 정념의 소용돌이 언저리에 서있기도 했던 탓이다. 그래서인지 화가 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FTX의 임직원들, 고객들, 투자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은 샘 뱅크먼-프리드의 영민함과 남다름, 그리고 자금력에 매료되었고 스스로를 효율적 이타주의자로 칭하는 그의 말과 선의를 믿었다.

하지만 그는 믿음들을 저버리고 거래소에 예치되어 있었어야 할 돈을 본인의 투자회사로 유용해 파산의 원인을 만들었고, 파나마에 수십 채의 저택을 구매하는데에 돈을 써버리기도 했다. 도덕적 해이와 오만함, 태만함, 그리고 윤리의식 결여의 결과였다.

기술 변화와 함께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어른들의 지혜와 윤리는 가벼이 여겨지고 쉽게 꼰대 소리로 치부된다. 대신 영민하고 남다른 그리고 때로는 기이한 젊은이들에게 거액의 투자금과 발언권이 주어진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FTX의 파산과 샘 뱅크먼-프리드의 추락과 같은 사건은 꼭 이 회사가 또 그가 아니었더라도 예견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빠르게 바뀌는 세상, 몇 달 만에 몇십 몇백 배가 오르는 코인과 주식, 일확천금을 거머쥔 주변 사람들, 유니콘이 된 스타트업들. 이런 사례들 속에서 정신을 차리고 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묵묵히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가기를, 반짝거리는 매력 대신 묵묵한 뚝심에 그리고 번지르르한 말 대신 실제로 수행하는 행동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를, 충분히 빨리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되 결코 조급하지 않기를 바란다. 재기발랄과 발칙함 대신 현명함과 사려깊음 그리고 윤리와 양심에 귀기울이기를 바란다.

인상 깊었던 구절들
샘은 “스스로 터득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었는데 얼굴 표정이 그중 하나였다. 웃어야 하는 상황에서 미소를 짓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미소 짓는 것이야말로 가장 해내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샘은 자신을 감정보다는 생각에 따라 작동하는 기계로 인식했다. 생각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바라봤다. 이러한 관찰이 영 틀린 것은 아니었다. 샘의 인생에서 굵직한 변화들은 누군가가 미처 반박할 수 없는 지적을 해준 이후에 찾아오곤 했다.

샘이나 샘을 아는 다른 사람들이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을 예상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제인은 답에 이를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 “샘이 별난 사람이라는 것”이 문제였다고 그는 말했다. “샘의 기이한 면에 천재성이 어우러지면서 사람들은 많은 걱정을 내려놨다. ‘왜’를 궁금하게 여기는 질문이 사라진 것이다.

친구가 없었던 소년은 우정이라는 기술을 연마할 틈도 없이 어느 순간 너무나 많은 친구를 거느린 어른이 되어버렸다.

“샘은 자신이 공리주의자라고 했는데, 공리주의에서 거짓말하지 않고 훔치지 않는 등의 규칙을 정당화하는 방식이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효용을 극대화하여 최대 다수가 최대 행복을 누리는 것이 유일하게 중요한 도덕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샘의 범죄는 그의 성품을 이루는 하나의 조각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은 절도자의 됨됨이가 아니라 위험에 무감각한 사람의 됨됨이였다. 그 자신은 위험을 체감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자신으로 인해 노출된 위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샘은 짐작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