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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7월 한 달 동안 기록하기 좋은 주제를 참고해서 써보는 짧은 글들.

1. 내가 여름이 왔음을 느끼는 순간

예전에 살던 집은 현관문을 열면 아파트 복도 밖으로 산이 펼쳐지는 곳이었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산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두곤 했다. 하루하루 찍어둔 사진을 모아두고 보면 계절의 변화가 선명하게 느껴졌었다. 겨우내 앙상했던 가지들에는 연둣빛 이파리가 돋았고, 이내 어느새 녹음이 우거진 숲이 되었다가, 울긋불긋한 단풍산이 되곤 했다. 산 풍경을 한가득 눈에 담으면서 계절의 변화를 느꼈던 시간들. 그렇게 연두색을 지나 초록색 잎으로 빼곡한 나무들 사이에서 여름이 왔음을 느끼곤 했다.

우거진 나무 숲 사이를 벗어나 강남의 아파트 숲 속으로 다시 이사를 한 것은 올해 봄의 일이었다. 집에서 회사까지 채 30분이 안 되는 출근길을 걸으며 점점 높아지는 기온과 내리쬐는 햇볕을 몸소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르른 여름이 찾아오는 기분은 아니었던지라 아쉬웠었다.

이번 주의 어느 날, 점심식사를 하러 나갔다가 회사 앞 교회 담장에 핀 능소화 넝쿨을 보고 사진을 찍어두었다. 주황색으로 예쁘게 핀 여름꽃을 보며 비로소 뒤늦은 여름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능소화가 열어젖힌 여름의 시작 덕분에, 깨닫지 못하고 흘려보낼 뻔 했던 여름 초입의 순간들이 밀려들어와서 기분이 좋아졌다. 여름밤 한강공원 풀벌레 소리, 비오고 난 뒤 젖은 아스팔트 냄새, 더운 여름 밤 시원하게 들이키는 콜라의 목넘김 같은 것들. 올해 여름은 이제야 시작이다. 새롭게 발견해낸 여름의 조각들을 오래 간직하고 있다가, 내년에 반갑게 꺼내어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2. 여름에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것

‘인생 노잼시기’가 찾아온 것 같다며 현재의 마음을 정의해버린지 몇 달이 지났다. 그런 마음이 왜 들었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어렴풋하게 알아가고 있는 요즘. 이제는 스스로의 상태를 그렇게 정의하고 있지않다. 이 웹사이트의 Now 탭에서도 이 단어를 지워버렸다.

하지만 무언가를 언어화하는 것의 위력은 대단하다. 나는 어쩌면 여전히, 인생 노잼시기라는 단어의 그림자 아래에 머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마음과 딱히 뭘 해도 크게 재미없을 것 같은 마음 사이에서의 오락가락. (하지만 첨언하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난 나날들과 순간들을 차곡차곡 적립하고 있다.)

올 여름에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것을 새삼 떠올려본다. 잘 떠오르지가 않는다. 여전히 대체로 뭘 해도 재미없을 것 같은 마음의 연장선에 머무르고 있는데다, 이제 새로울 것이 무엇이 있나 싶은거다. 큰일났다 싶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하지만 첫 번째. 이번 여름에는 평소보다 더 꼬박꼬박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글 또한 7월 한 달 동안 기록하기 좋은 주제들을 중심으로 써내려가보고 있는 글이다. 복잡한 머릿속과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글을 쓰다보면 조금은 정리되는 것 같기에.

두 번째. 버킷리스트 아이디어 중 하나로 적어둔 보컬 트레이닝을 조금 더 진지하게 찾아보고 받아봐야지 생각한다. 별다른 목적의식도 없이 떠오른 이런 아이디어가 때론 더 순수한 욕망이자 재미 추구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시끄러워 노래방조차 잘 찾지 않는 내가 노래를 배우는 모습을 괜스레 상상해보기도 하면서.

이럴때면 뭔가를 원하고 욕망하는 것이 새삼스러움에 놀란다. 하고 싶은 것, 욕망하는 것을 더 많이 떠올리고 그런 마음의 소리들을 잘 들어주어야지 생각해보게 된다. 꾸역꾸역 떠올려본 두 가지를 시작해봐야지. 작은 시작과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쌓여가며, 내가 원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더 잘 알아가보면 좋겠다.

3. 내가 여름이 오면 찾아서 듣는 노래

특별히 노래를 찾아듣지 않는다. 그러니 여름이 오면 찾아서 듣는 노래 또한 딱히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이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아티스트들과 노래가 있다.

250이 만든 뉴진스의 노래들은 밝고 청량하다. 가볍게 얹은 보컬과 빈 공간들, 여름을 떠올리게 만드는 편곡들 덕분에 무더운 여름날 적당히 흥겹게 적당히 시원하게 들을 수 있어 좋다. 해변이나 풀사이드 파티에서 들릴법한 노래들.

인스타그램을 넘기다 발견한 릴스에서는 듀스의 ‘여름 안에서’가 흘러나왔다. 뉴진스가 영향을 받은 것이 틀림없는 뉴 잭 스윙 사운드를 한국에 가져다온 노래다. 어젯밤에는 어지러울 정도로 무더웠는데, 에어컨 바람 쐬며 이 노래를 듣고 있자니 여름을 다시 좋아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이 글을 쓰고 나니 여름 노래가 듣고 싶어져서 듀스의 ‘여름 안에서’를 들으며 출근했다. 어지러울 정도로 덥고 습한 여름의 시작이지만, 올 여름은 이들 노래로 버텨볼래. 그나저나 어제 본 릴스 저장을 안 해둬서 못 찾겠다. 연남동 현대음률 사장님이 틀어주는 ‘여름 안에서’ 였는데, 찾으면 올려두어야지. 아아 현대음률 가고싶다!

찾고 있던 릴스,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자만추 성공. 너무 기쁘다!

4. 이번 달 나의 추구미

어찌보면 이상하고 의아한 성격이기도 한데, 굳이 표현하자면 뭔가를 추구하지 않는 것이 나의 추구미이다. 비슷하게 나는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는 (또는 않을거야-라는) 허세가 있다.

누구나 그렇듯 당연히 나에게도 뭔가가 되고싶다거나 어떻게 보여야 하겠다거나 하는 생각이 있지만, 그것을 열심히 추종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더 싫고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 자연스레 누군가를 어떠한 추구미로 규정하거나 타인이 나에게 어떤 라벨을 붙이는 것도 어색해하는 편이다. (실은 아닐 수도 있으니까.)

5. 이번 달에 가장 먹고 싶은 음식

여름이면 삼겹살이 먹고싶다. 가만히 존재하기만 해도 무더운 여름에는 고기를 먹고 힘을 내주어야 한다. 평양냉면도 좋아한다. 잘 말린 메밀면을 풀기 전에 놋그릇이나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맑은 육수를 한 모금 들이키고 시작해야 제맛이다. 평양냉면의 기출변형인 고기리 막국수. 이렇게 미니멀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맛보면 Less is more라는 문장이 딱 어울리는, 너무나 잘 만들어진 한 그릇 음식. 새콤달콤 살얼음 육수 대신 고추장 양념을 섞어 먹는 포항식 물회도 맛난다. 과히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평이하지도 않아서 더 좋다.

여름이면 생각나는 음식들.

6. 나를 가장 나답게 하는 것

실은 내 마음 속 한 켠에는 꽤나 오만방자한 생각이 단단하게 자리하고 있어서, 누군가가 나를 판단하거나 평가하려 할 때는 반발심이 든다. 누군가가 나다움에 대해 설파하려 들면, 오랜 드라마, 영화 속 클리셰처럼 ‘나다운게 뭔데’ 라고 받아치고 싶어진다.

과분한 기대와 부담이 싫다. 그 기대와 부담에 행여나 속박되고 신경쓰이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내게 기대하면 괜스레 청개구리 마냥 반대로 행동하고 움직이며 그 기대를 빨리 실망시키려 든다. 내 말을 덥썩 믿어주려 하면, 이건 나의 입장일 뿐이라며 다른 관점으로는 이런 것이 있다며 오히려 스스로 반론을 제기해보곤 한다. 나를 가장 나답게 하는 것은 어딘가에 규정되거나 얽매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굳이 나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하면, OO다움이라는 수식어를 기필코 거부하고 싶어하는 아이러니한 마음이 아닐까. 이러한 나의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청개구리 같아보이기도 하겠고, 누군가에게는 균형감각이 있는 모습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선을 잘 타는 모습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다.

글을 쓰다보니, 가까운 사람들은 무엇을 나다움이라고 여겨줄지 궁금해졌다. 과연 좋은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떠한 대답을 듣는다 한들 나는 그러려니 하며 잘 수용할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나다운게 뭔데’라고 받아쳐버리는 것은 아닐까? 거참 나답게시리.

7. 요즘 가장 자주 하는 생각

  • 인생의 의미
  • 사랑
  • 재미
  • 귀여움
  • 외로움
  • 생명에 대한 사랑
    • 지난 주 토요일에는 어느덧 알게 된 지 5년이 넘어가는 오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서 (여섯 살 더 많은데 친구라고 불러도 되나?) 수다를 떨었다. 그 순간에는 그저 요즘 고민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은데, 아직 여운이 깊다. 그 날 일기에 ‘결국 살아있는 것들을 돌보고 사랑하는 생명체들과 관계를 맺어나가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나가야 하지 않을까, 돌봐주고 싶은 마음이야말로 사랑이 아닐까’라고 적었었다.
    • 작년 연말 호이안에서 읽은 에리히 프롬의 책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에는 에리히 프롬의 핵심 주장 가운데 하나인,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애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카페에 책만 가져가 읽느라 미처 필사를 제대로 해두지 않았음에도 기억에 남은 이야기들이 반 년도 더 지난 지금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 나를 돕고 있다.

9.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것

  • 최근에 새로 산 이솝의 향수 hwyl에서는 히노키 향이 오랫동안 머문다. 아침에 샤워하고 나와서 향수를 뿌리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 어느 지하철 역 출구로 내려가니 헬로키티 키링을 파는 아저씨가 계셨다. 함께 간 사람이 귀여운 헬로키티 키링들을 열심히 고르더니 하나를 가방에 달아주었다.
  • 7월 18일의 귀여움…
  • 여름이 왔음을 느끼게 해주는 창 밖 매미 소리, 한강변에 앉아 이야기 나누다 보면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11.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

  • 자고 일어나 대략 1-2시간 정도를 최대한 온전히 나의 것으로 사용하려 하고 있다. 7시 즈음 일어나 씻고 나와 커피를 내리고, 8시부터는 커피를 홀짝이며 책을 읽거나 바이브 코딩으로 평소 만들던 몇몇 툴들에 기능을 조금씩 더 붙여보거나 다듬는 시간을 가진다. 평일 아침 8시부터 9시까지를 어떻게 보내었는지에 따라 그날의 기분이 조금은 달라지는 것 같기도.

19. 요즘 가장 자주 보는 유튜브/영상

평소에는 대체로 릴스를 보기에 뭔가를 의식적으로 찾아서 보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는 긴 호흡의 영상도 잘 보지 않는다.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고 기왕 볼거라면 섬세히 느끼며 잘 보고 싶기에. 그래서 유튜브나 영상을 의식적으로 보는 시점은 주말 낮에는 일정과 일정 사이 잠시 시간이 뜨거나 할 때 집에 머무르고 있다면 TV로. 즉 무척 제한적인 환경인 셈이다.

7월에 꾸준히 본 유튜브 영상은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의 영상들. ODG를 비롯한 여러 채널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존박, 채연, 양홍원 등의 연예인들과 협업하며 영상을 만들고 있는 윤성원 PD가, 데뷔 3년차 아이돌 리센느의 리더 원이와 함께 작업하고 있는 채널이다. 영상들을 잘 뜯어보면 공들여 고민한 흔적들이 느껴진다. BGM 사용, 영상의 기승전결과 엔딩, 그리고 적당히 자연스러우면서도 동시에 적절히 개입하며 서사를 만들어나가는 PD의 역할까지. 브이로그인 동시에 한 편의 잘 만들어진 단편 영화 같다 싶다.

중간중간 무척이나 공감되는 이야기들 - 이를테면 지방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 올라온 사람들만이 공감할 수 있을 감정들이 찡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거제로 내려간 원이와 미나미의 거제 2편 마지막에서, 원이는 다시 태어나도 거제에서 태어나야겠다고 이야기하고 PD는 이어 니체의 ‘아모르 파티’를 소개하며 영원회귀에 대한 이야기를 던진다.)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고군분투하며 실력과 서사를 쌓아온 걸그룹과 더 나아가서는 이들을 만들어나가는 팀의 성장서사를 살필 수 있어서 즐겁고 동시에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연달아 본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리센느 편까지를 7월의 유튜브/영상으로 선정해보겠다.

21. 내가 스트레스 받을 때 하는 행동

  • 스트레스를 크게 받으면 잠이 쏟아진다. 아무래도 밀려오는 감정을 회피하려는 물리적인 반응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는 그래서인지 주말에 잠을 정말 많이 잔 것 같기도 하다.

24. 요즘 나의 최애 아이템

  • 쿠팡에서 산 문어 괄사. 1+1으로 두 개를 사서 하나는 오피스 책상에, 하나는 집 테이블 위에 두고 시도때도 없이 문지르고 있다. 아침에 집에서는 목과 승모를 마사지하고, 일하면서는 두피와 관자놀이 그리고 귀 뒤의 림프를 건드려보는 것 같다. 시원하다.

25. 이번 달 가장 잘 한 일 & 28. 내가 최근에 극복한 것

7월에는 스스로의 감정을 회피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진득하게 들여다보려고 노력한 시간들이 있었다. 그 과정은 꽤나 버겁고 힘들었다. 주말 내내 잠에 빠져있거나 울적해하거나 공허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서 우울해했다. 살아오는 내내 대체로 감정에 동요하지 않고 늘 평온한 상태였기에, 이런 마음 속 파도가 생경하고도 버거웠다.

직면하려고 노력했다.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수개월 전부터였다. 여러 참이 아닌 가설들을 지나고, 어떠한 마음들과 감정들을 만나고 그것들에 귀기울여주었다. 결론적으로 잘 한 일이었다 싶다.

30. 7월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마음 고생 많았다. 그래도 즐겁고 행복했지?


남겨둔 글감들

  • 8. 최근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
  • 10. 오늘 하루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 12. 지금 이 순간 나의 기분을 색깔로 표현하면
  • 13. 요즘 가장 자주 연락하는 사람
  • 14. 오랜만에 연락하고 싶은 사람
  • 15. 최근 나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준 사람
  • 16. 최근에 감사했던 순간
  • 17. 나를 웃게 만드는 사람의 공통점
  • 18. 이번 달에는 꼭 만나고 싶은 사람
  • 20. 최근에 알게 된 나만의 소확행
  • 22. 나를 위로해주는 것들
  • 23. 혼자 있을 때 가장 좋아하는 활동
  • 26. 요즘 배우고 싶은 것
  • 27. 3개월 후 나의 모습
  • 29. 8월에 꼭 하고 싶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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